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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뀐 세제(稅制), 한국기업 부른다

2017.09.13조회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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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세제(稅制), 한국기업 부른다
인도, GST 시행 2달… 무자료·현금거래 사라질 듯


인도 정부가 ‘하나의 세금, 하나의 국가, 하나의 시장’을 내걸고 시행한 통합부가가치세(Goods and Service Tax, GST) 제도가 두 달째를 맞고 있다. 세율에 따라 품목군을 5가지(0%, 5%, 12%, 18%, 28%)로 차등 적용하되 생필품에는 낮은 세율, 사치품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GST 도입에 따른 현지 반응, 한국 기업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정리했다. 

◆GST, 무엇을 의미하나 = 각 주의 상이한 세율을 통합, 일원화했다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향후 인도 시장에서 나타날 가장 중요한 변화를 간과하는 것이다. GST의 도입은 인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깨끗한 인도’를 시장에서도 강력하게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전례 없는 정책 추진으로 소비재 시장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내세운 ‘부정부패와의 전쟁’은 지난 3월 4개 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압승함으로써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이제는 대세가 됐다. GST의 도입을 통해 향후 인도 내 모든 기업과 도소매상의 매출·매입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모니터링되며 이로써 인도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해온 조세포탈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GST 도입에 따른 현지 분위기 = 모디 총리는 GST 시행을 앞두고 열린 ‘뉴델리 공인회계사 회의’ 기조연설에서 “탈세와 관련된 10만 개 회사의 등록을 취소했으며 추가로 파악된 3만7000개 조세탈루회사(Shell Company)의 등록을 취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공인회계사의 직업윤리인 정직성을 강조하면서 “투명한 경제질서를 위해 당신들이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인 ‘이코노믹타임스’는 ‘연설을 듣는 회계사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당부 차원을 떠나 부정부패를 방조하거나 돕는 회계사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경고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비재 전문 대형 B2B 유통망인 메트로 캐시앤캐리 인디아의 아르빈드 메디라타 사장은 “GST 시행으로 인도 도매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으며 지난 6월 매출이 10~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GST의 시행으로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구매를 보류하는 소매업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내 약 1000만 개로 추정되는 소매업자 중 무허가 업체가 40%, 부가가치세(VAT) 등록번호 미소지 업체가 20%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들은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회사를 연 매출 200만 루피 이하 소규모 기업으로 나누는 ‘기업 쪼개기’를 진행하고 있으나 세무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메트로 인디아는 소매업자의 무자료 현금거래 비율이 유달리 높은 구자라트 주와 펀자브 주에서의 매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최근 펀자브 소재 매장을 철수했다.

아르빈드 메디라타 사장은 “GST 시행은 시장거래의 투명성 제고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그간 편법적으로 경영해온 중소기업들에게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인디아투데이’는 최근 인도 연방수사국(CBI)이 세금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하왈라(Hawala)’ 거래로 의심되는 랜치와 콜카타 소재의 30개 회사를 급습했으며 국세청 직원들이 현장 수사에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왜 인도 기업들은 GST 시대를 걱정하나? = 오랜 무자료 및 현금거래 관행 때문이다. 인도는 현금 사용비율이 68%에 이르는데 이는 소득세, 판매세 등 주요 세금의 포탈유인이 되고 있다(인도의 소득세 납부비율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다). 시장의 무자료·현금거래 관행은 높은 비정규직 고용비율과도 연계돼 근로환경 악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제 30만 루피 이상의 거래는 현금으로 할 수 없지만 인도 기업들의 오랜 관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시장의 약 90%에 달하는 무자료·현금거래 소매시장도 문제인데 이곳의 전통 소매업자들은 ‘키라나(Kirana)’로 불린다. 반면 백화점, 쇼핑몰, 하이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등은 전체 소비재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가세 매입 공제를 받을 수 없는 기업인과 상인들은 매매관계에서 불편한 당사자일 수밖에 없으며 GST 등록번호 없이는 대규모 거래가 어렵게 됐다.

GST 시행으로 매출액을 정확히 신고해야 함에 따라 과거 편법이 들통날 위기에 처한 것도 걱정거리다. 과거 인도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연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업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었는데 일부 소상공인들이 무자료·현금거래를 통해 고의로 매출을 감추면서 제도를 악용해왔다. GST 도입에 따라 매입공제를 받으려면 기업 간 거래정보가 당국에 정확히 신고돼야 하는데 그간 편법으로 매출을 적게 신고하던 업체는 정확하게 신고할 경우 올해 매출이 급증, 세무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업계 입장에서는 과거의 편법 때문에 향후 적법하고 정확하게 세금을 신고하겠다고 해도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연 매출 200만 루피 이하의 소규모 기업으로 쪼개 GST 등록번호를 받지 않는 또 다른 편법을 고려 중이나 이마저도 인도 정부의 전자주민등록증 시스템 구축으로 은행계좌, 부동산, 각종 거래정보가 통합돼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모디 정부의 강력한 개혁조치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과 소매상의 조직적 반발과 정치 이슈화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 청년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모디 정부가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간의 개혁양상을 보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책방향이 쉽게 변할 가능성은 낮다.

아울러 오늘날 모디 정부의 개혁조치는 2009년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2014년 포괄적 금융지원계획, 2016년 11월 화폐개혁 등 순차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돼왔다. 따라서 지하경제 양성화, 부패 척결 등의 강력한 정책 추진의지가 일부 계층의 저항에 쉽게 무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 기업 관전 포인트 = 무엇보다 인도 소비재 시장과 유통구조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게 시장 진입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GST 시행 이후 소매시장의 90%를 차지하던 무자료·현금거래 관행이 서서히 감소하고 디지털 경제활동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GST 부담을 줄이기 위해 4~5단계의 유통단계 축소와 소매업체 대형화가 피할 수 없는 수순인데 보호대상이던 소매업 분야를 선진화하고 개혁하기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정부 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 수입상과의 거래에서 한국 소비재 기업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은 가격인하 요구와 최소주문물량(MOQ) 완화였다. 특히 한국 기업이 응하지 못하는 MOQ는 인도 소비재 시장을 중국보다 매력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장기적으로 GST를 통해 인도의 불투명한 상거래 관행이 사라지고 소매업이 대형화·구조화된다면 한국 기업들에게 인도 소비재 시장은 매력적으로 재조명될 것이다.

인도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은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이다. 인도는 유통업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인터넷 보급 확산 및 속도 향상으로 온라인에서 제품정보와 사용후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검색하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뀔 전망이다.

KOTRA 방갈로르 무역관은 “아직 온라인은 전체 소비재 소매시장(B2C)의 1%에 불과하지만 GST 실시에 따른 디지털 경제활동 증가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인도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한층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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